미국 수의학회 방문기 시리즈 마지막 이야기입니다. 이번 학회에서 제일 재밌었던건 학회 내 마련된 박람회장이었는데, 라스베가스 시티 투어보다 재미있었습니다. 530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박람회라서 며칠에 걸쳐 틈틈이 돌아다녔습니다. 결국 그 많은 부스를 다 보았는데, 독특하고 재미있는 부스를 몇 가지 소개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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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. 기억에 남는 부스 중에 모던 애니멀이라는 동물병원 프랜차이즈 부스가 있었습니다. 이 부스의 이벤트는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타투를 새겨주는 것이었습니다. 저는 당연히 스티커 타투인줄 알고 신나서 들어갔다가 진짜 몸에 새기는 타투인걸 알고 깜짝 놀라 뒷걸음쳐 나왔습니다. (한국이었으면 절대 불가했을 이벤트입니다.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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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. 박람회의 꽃은 사은품이죠. 부스를 돌다 보면 가방 가득 사은품을 채울 수 있습니다. 평소 교수님들이 미국 학회에 다녀오시면 같은 부스의 펜을 몇 십개씩 가져오셔서 ‘이렇게 많이 가져와도 되나?’ 싶었는데 그 이유를 이번에 알았습니다. 땅덩어리가 커서 그런건지 기념품이 박스채 쌓여 있고 다들 한 웅큼씩 가져가고 있었습니다. 한 부스에서는 립밤을 홍보 용품으로 나눠주고 있었고, 저는 소심하게 스태프에게 하나 가져가도 되냐고 물어보고 집어든 그 때, 옆에 있던 다른 참가자가 옆의 지인에게 “어제 여기 립밤 써봤는데 꽤 괜찮았어”하더니 둘이서 각자 10개를 집어가는 겁니다. 부스 직원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고, 저도 용기내서 세 개 가져와서 지인들에게 나눠줬습니다. 그 립밤, 좋더군요.
3. 가장 인상깊게 본 것은 컴파운딩(compounding) 약국이었는데, ‘컴파운딩’이란 약품 성분들을 서로 섞거나 다른 형태로 맞춤 조제하는 것을 말합니다. 한국과 다르게 미국은 의약품의 컴파운딩이 활발합니다. 정제나 캡슐과 같은 고형제가 아닌 액체나 시럽, 연고로 만드는 등 제형을 변경하는 서비스로 한국은 컴파운딩 서비스 업체가 없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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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료를 보다보면 약을 처방하더라도 강아지나 고양이가 잘 먹지 않아 힘들어하는 보호자들이 많습니다. 또, 대학병원 환자들의 경우 전신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동물들이 많은데, 위장관의 운동성이 떨어져서 약을 먹는 족족 다 토하는 환자들은 이러한 컴파운딩 서비스가 절실합니다. 부스에 가서 설명을 들어보니, 원하는 성분을 섞어서 간식 형태로도 약을 제조할 수 있고, 심장 환자에게서 많이 사용하는 이뇨제를 바르는 형태로 만들 수도 있다니 응급상황에 사용하기 매우 좋아보입니다. 이런게 환자 맞춤형 의료가 아닌지… 요즘 다른 욕심은 안나는데 왜 이렇게 약 욕심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. 내과라서 그런걸까요?
※ 위 정보는 2025년 01월에 작성된 정보로,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.